"거미여인의 키스"를 영어스터디하는 친구들과 함께 봤다.
영어스터디에서 "신자유주의와 박애주의"의 상관관계를 다룬 텍스트를
다루고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인권영화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거미여인의 키스"를 보기로 한 것이다.

컬트무비라는 이야기를 듣고
무지 재미 없겠다고 생각했지만 착오였다.
황지우가 시를 헌사할 만하다.
개인의 자유를 소중히 생각하는 호모인 몰리나,
사회의 억압적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개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정치범 발렌틴.
구조와 행위자...
이 영화는 1985년, 내가 태어나던 해 나왔는 데
이 시기는 한국은 물론 영화 감독의 나라(브라질)가 있는
남아메리카도 마르크스주의적 전통에 강하게 사로잡혀 있던 시기였다고 한다.
(이 시기를 경험적으로 서술하기에는 내가 너무 어렸다 ㅋ)
어떻게 이 당위를 대중에게 설득시킬 것인가?
어떻게 사회의 폭압적이고 구조적인 억압으로부터 민중을 해방시킬 것인가?
대의를 위해 소의를 희생할 수 있는 시기였고,
그것은 역사의 이름앞에 정당화될 수 있던 시기였다.
그러한 흐름에 이 영화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신념의 사나이 발렌틴이 몰리나의 진실한 사랑에 거미여인과의 짧은 단꿈에 빠진 사이, 몰리나는 사회구조를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틈바구니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만다. 발렌틴도 몰리나도 사랑의 힘으로 조금씩 자신의 정체성을 이동시켜 갔다. 영화는 우리의 자유라고 하는 것은 결코 사회구조로 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도, 인간해방를 위해 헌신하는 개인의 삶도 자유를 배반하는 거미줄에 갇히고 마는 역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구역질나는 나찌 부역 영화에 분노하던 발렌틴으로 하여금 거미여인을 이해하게 만들었던 몰리나의 사랑, 나찌 따위가 무엇이건 아름다운 로맨스에 열광하던 몰리나로 하여금 변혁에 동참하게 만들었던 발렌틴의 사랑, 바로 그것일 터.
거대한 서사에 함몰되었을 때 우리는 정작 중요한
이 사랑..일상, 웃음, 눈물을 놓치고 만다.
보수주의자 김훈은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신념보다 의심을 신뢰한다"고.
신념이 사라져 버린 시대, 정의가 해체되어 버린 시대, 허위가 장악한 시대...
이 말은 때로 위험할 수도 있지만, 나도 근본적으로 김훈의 말에 동의한다.
신념은 의심의 과정에 묻어나는 것이지,
의심을 장악해 버린 화석화 된 신념이 말해주는 것은
질문과 자기성찰을 멈추어버린 가여운 영혼의 몸부림 뿐,
2월 1일 박노자의 한겨레 칼럼 제목은
황지우의 시를 덧붙인다.
주인공의 심장에 박힌 총알은 순간, 퍼어런 별이 되고 황지우
호모인 몰리나가 애인 발렌틴의 혁명 조직원에게 다가가자마자 그를 미행했던 브라질 國家安全企劃部 요원들이 덮치고 도망쳤던 브라질 運動圈 택시가 다시 몰리나에게 다가와 총을 쏘고 달아나버린다 목에 빨간 스카프를 한 몰리나, 그의 푸른 와이셔츠 포켓에 구멍이 뚫려 있다 가련한 나의 몰리나, 왼손으로 심장을 만지면서 한바탕 총격전으로 한적해진 광장을 천천히, 걸어간다 그의 얼굴에 고통은 없었다 다만, 심장을 찌르는, 쩌릿쩌릿한 회한 같은 것을 지그시 참고 있는 흐릿한 우울이 떠 있다 나는 내 벌떡거리는 염통을 만지면서 이 속에 갑자기 뚫고 들어온 너무나 차가워서 순간 뜨거운 金剛돌을 느끼고 있다 이게 만약 나의 죽음이라면 죽음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것이구나 아아, 이렇게 내가 죽다니 알고는 있었으나 믿어지지 않는 사실! 이 돌이킬 수 없는 깨달음! 삶이란 게, 좆또 아무것도 아니었네 서울역 뒤 염천교 부근처럼 돌포장으로 되어 있는 광장을 몇 발자국 더 걸어가는 내가 죽어가면서 느낀 삶이란 그저 어지럽다는 것, 나는 길바닥에 푹 꼬꾸라진다 그뒤로는 기억할 수도 전달할 수도 없는, 완전한 全體 뒤늦게 안기부 요원들이 꼬꾸라진 몰리나에게 달려와 총을 턱에 대고 외쳐댄다 그 전화번호를 대, 그러면 널 병원으로 데려가주겠어, 번호만 대, 넌 살 수 있어, 대란 말야 몰리나, 흐린 눈으로 그들을 한번 쳐다보고는 눈을 감아버린다 안기부 요원들, 이 더러운 호모 새끼, 이 쓰레기 같은 인간! 침을 뱉고 몰리나를 길가 쓰레기장에 던져버리고 간다 몰리나는 오직 아름다워지고 싶기 때문에 살 수 있었다 난 잘못 태어났단 말야, 알잖아, 넌 내가 지금 무얼 원하는가, 그래, 내 다리를 더 위로 올려줘 쓰레기 같은 삶 쓰레기통에 버려진 美 주인공의 심장에 박힌 총알은 순간, 퍼어런 별이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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